정시하고 싶어요 (1) 고1 상담

2022. 12. 29. 13:55일상

고1
이제 고 2 될 학생


중2까지는 최상위권
중 3 되면서 공부가 힘들어짐

맞는 학원을 찾느라 중3 때 학원 많이 옮김

고1
1년 동안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으나
결과는 본인에게 만족스럽지 못함
생활기록부도 잘 되어있음
세부 능력과 특기사항도 신경 써서 채워 넣음
그런데도 수시는 포기하고 정시하고 싶어 함
옆 친구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해야 한다는 마음에
잠을 줄여가며 공부하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 힘듦




한 시간 넘게 아이를 설득해 보았다

"수시"란 현역들을 위한 특혜이니
기회를 날려버리지 말라고 말했다
수시 신경 쓰는 게 정시 준비하기보다 쉽다고
반복해서 말하고 또 반복해 보았다.

아이의 눈빛은 그대로였다.
아니... 계속 부탁하고 있었다.
그냥 정시하라고 해주세요.

나는 한 시간 반 동안
아이를 설득하다가
흔들리지 않는 아이의 눈빛에 마음이 아팠다.
매일
누군가보다 조금이라도 더 해야 한다는 마음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매번
변동 없는 비슷한 성적을 받으며
얼마나 참담했을까


함께 온 엄마도 울고
아이도 울고
나도 아팠다.
내 아이들이 내 조카들이 겪었고
또 겪을 일이기에
.....



그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자
하지만 내 말을 잘 기억했다가
그대로 해야한다.

앞으로 이틀은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기 전
준비단계라고 생각하고
영어는... 이렇게
국어는... 이렇게
수학은... 이렇게 준비한 다음
수능 치는 시간을 엄수해서 스케줄을 짜고
하루를 살아낼 마음가짐을 다잡고
무엇보다
기상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지키고
가장 컨디션을 잘 유지해줄 식단으로 바꾸면서
모든 것을 세팅해라

그리고
그다음 일주일을 정시 준비하는 마음으로 살아봐라.
모의고사를 수능 치듯이 치고
오답하고
그것과 별개로 기본서와 문제집을 풀고
단어를 외우고
독서를 하면서
정시만 생각하면서
일주일을 살아봐라
그걸 앞으로 2년을 할 수 있다면
정시 준비를 해라.



아직도 나는
네가 1년은 더
수시 준비를 했으면 한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수행평가
그리고
독서하고
토론 하고
보고서도 써보고
대회도 나가고
친구들과 가끔 번화가도 가보고
그렇게 조금씩 속을 채우면서
언젠가 만나게 될 세상을
좀 더 긍정적으로
좀 더 진취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순전히 내신만을 위한
고2가 아니라
속이 단단해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폭넓은 경험을 가질 기회를
버리지 않길 바란다.
비록 네가 정시하고 싶어 하지만
나는 아직도....


어른인 나는
교육과정이 만들어놓은
일련의 이런 활동들은
아이를
온전한 인격체로 만드는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험공부만을 위해서
수행평가를 위해서
세부 능력과 특기사항을 위해
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고
말을 하고
웃고
고민하는 시간을 위해
고등학교가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 속에서
네가 자라주길 바란다.


하지만
너무 힘들다는 너의 말에
나는 너무 공감 해버렸고...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하지만,,,,
정말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수시란 현역들을 위한 특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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