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해도 나는 안돼 (2) 중2 상담

2022. 12. 30. 10:21일상

중2
이제 중 3 되는 여학생


자기는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생각함.
하루를 진짜 열심히 공부하면 다음 날은 흐지부지되는 스타일.
열심히 살았으니 일주일에 하루는 푹 쉬어도 된다고 생각함.
그런 날에 엄마가 한마디 하면 서로 심하게 부딪힌다고 함.
모든 과목을 다 열심히 하지는 않음.
시험 때마다 매번 집중하는 과목이 달라짐.
친구들과의 관계가 굉장히 마음 쓰임.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스타일.
가족은 화목한 편.
가족여행을 자주 함.


아이는 이미
자기가 잘 해낼 수 없을 거라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나는 안될 거야"라는 말을
수시로 뱉어낸다.
패배한 듯, 포기한 듯한 말투로
내가 하는 말들을 흘려버린다.


아이의 고민에 대한
답을 주었다.


화산중학교 합격생의 선물


친구 문제에 대한
나와의 상담에도
공부 방법을 바꾸는 것에 대한
나와의 대화에도
긍정적인 대답을 내어놓지만
하루를 살아내는 방식과
스케줄을 짜는 방법에는 답을 하지 않는다.

친구 문제도 인지하고
공부 방법도 바꿔야 한다는 것은 동의하면서도
공부 시간을 늘릴 마음은 없다.
스케줄을 조정할 마음도 없다.

어차피 잘 안될 텐데...
그렇게 할 필요가 있겠냐는 마음에서
"지금 생활하는 대로 하면 안 될까요?"라며
자꾸만 회피한다.



아이의 마음에
패배의 그늘을 만든 건 누구였을까?

유명한 뇌과학자의 말을 읽은 적이 있는데...

사람은 7살 이전에
자기 삶의 전체를 관리하고 조정할
소프트웨어를 장착한다고 한다.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서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서
자신의 소프트웨어를 장착한다.


아직 7살 이전의 어린아이였을 때
성적은 당연히 잘 받을 것이고
돈은 당연히 많이 벌 것이고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 것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장착되었더라면
이 아이는
이렇게 부정적인 말들을 뱉지 않을 것이다.


자라면서
누군가로부터
해도 해도 안 된다.
아무리 해도 어차피 안된다.
이 상황에서 뭘 할 수 있겠어?
봐봐... 결국 안 되잖아.
이런 말들을 들었을 것이다.

만약 아이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아직 드러나지는 않지만 분명 좋아지고 있을 거야.
나는 할 수 있어.
봐~~ 좋아지고 있잖아.
이런 말들을 듣고 자랐다면
어쩌면 많이 다른 모습일 것이다.


아이의 문제점은
공부하지 않는다는데 있지 않다.
아이는 처음부터
패배 의식이 가득하다.
불가능하다고
실패할 거라고 끊임없이
자신을 스스로 가두고 있다.

잘하고 있다고.
지금 잘하고 있는 거라고.
그러니
부족해 보이는 그 조금을
채워보자고.
달래고
어르고
눈을 마주하고
예쁜 눈으로 봐주기를 계속했다.

긴 시간의 되돌이표 대화에
아이의 엄마는 지쳐가는 듯
눈길이 사나워지고 있었다.

지루하고 반복적인
2시간이 거의 다 지나갈 무렵
아이는
줄줄 흐르는 눈물 콧물을
닦으며
말을 뱉는다.

"선생님,,,,저도 할 수 있을까요?"

나는 아주 빨리 얼른 답했다.
아주 밝게 아주 기쁘게
응 응 그럼 그럼
충분히 할 수 있지


"아니 얘가 왜 이렇게 울어?"
아이의 엄마는
당황한 듯
목소리가 갈라진다.

나는 괜찮다고
좋은 현상이라고 말하고
아이가
충분히 울 수 있도록
기다려준 다음
아이에게 물었다.
"그냥 잘 안될 것 같았지?"
"네...."
"누가?"
"네?"
"누가 그렇게 정했어?"
"네?"
"누가 그렇게 정했냐고?
너가 해도 해도 잘 안될 거라고
누가 정해줬냐고?"

"아무도....안 정했어요."
"그럼 아무도 모르는 거네?
네가 잘 될 걸지 잘 안될 걸지?
그치?"

"네...그렇죠...."
"자, 그럼 잘 된다고 생각하고
해보자. 어때?"

"네?"
"어차피 아무도 모른다며?
네가 잘될지 아닐지.

그러니 해보자고.
잘된다라고 생각하고.

잘 안될 거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아직 안 해봤는데?"
"아...네..
"대답도 좀 시원시원하게 하고!!!"
"넵!"
"그래그래, 잘했어. ㅎㅎ
넌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거야,
그렇지?"

"네 네 선생님. ㅎ ㅎ"




우리의 대화는
2시간 40분=160분이라는
지루하고 긴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모종의 결실을
이루어 낼 수 있었다.

아이가 이 마음을
지켜낼 수 있을지
또 다시 금방 포기하게 될지는
곁에서 우리의 대화를 지켜본
아이의 엄마가
그 답을 가져갔다.

아이의 엄마는
나와 아이의 대화를
듣고 기다리면서
아마도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 아이와 아이의 엄마
그리고 나머지 가족 구성원들에게
소프트웨어를 갈아끼우는
작업을
toss.
이건 아주 오래걸리는 일이고
노력이 무지 필요한 일이니
함께 힘을 모아 해내시기를.
God bless you!



노력이 얼마나 필요할지
서로서로 부딪혀가며
알게 될테니
굳이 내가 더 이상
길게 덧붙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이에게 따끔하게
한마디하고 싶었으나
오히려 상처가 되고
오히려 용기를 꺽을까 두려워
여기에만 남기는 한마디


자기 행동과 능력에 제한을 두는
무의식이
결국 너의 발목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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